[특별 기고] 한국 골프장들은 진짜 ‘폭망’할까? / 류석무
본문
「한국의골프장이야기」, 「한국골프장총람」, 「한국 TOP100 골프장」의 저자 류석무 작가의 글을 싣습니다. 필자의 글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내 골프장 이용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넘쳐나더니, 요즘은 ‘한국 골프장 폭망’ 투의 제목을 단 기사, 영상들도 보인다.
한국 골프장들은 가격이 비싸서 골퍼들의 인심을 잃었고, 기성세대들은 해외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렸으며, 젊은 세대들은 골프를 떠났다는 맥락의 이야기다. “골프장들이 그린피, 카트, 식음료 등의 가격을 양심적으로 인하하지 않으면, 한국 골프장들은 파리 날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 또는 경고를 남기며 마무리한다.
현황과 예측 연구가 없다.
이들 예측은 사실 연구에 바탕을 둔 것인가. 또는 심오한 통찰인가. 이용 가격이 낮아지기만 하면 골프장들은 하냥 붐빌 것인가.
국내 골프장을 비롯한 골프 산업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경고는 많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연구자료는 찾기 힘들거나 아예 없다시피 하다. (능력과 노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최근 10년 이내의 유의미한 연구자료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여행 서비스 업체인 ‘야놀자 리서치’가 자체 시도한 간이 분석이 있을 뿐이었다. 이 자료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 따른 요인을 단순 계산해, “2030년까지 국내 골프 인구가 약 1.3%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 구조 변화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자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자료갱신일 2023-11-09)를 보면, 내국인의 골프장 이용률은 중장년층인 50대(19.8%), 40대(16.9%)에서 높게 나타난다. 은퇴 시점의 60대 이용률은 12.1%로 50대보다 7.7% 감소한다. 70대의 골프장 이용률은 6.6%로 더욱 줄어든다.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젊은 층 인구 감소 통계 추이에 이러한 수치를 적용·대입하면, 장래 골프장 내장객의 대략적인 연도별 추산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추산해 보았다. 통계청(KOSIS) 게시 한국 인구 변화 예측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20년간의 국내 골프 인구 및 골프장 내장객 수 변화를 5년 단위로(2030년, 2035년, 2040년, 2045년) 추정 산출했다.
그 결과는 다음의 도표와 같다.
이 예측 도표는 - 전문 연구자가 아닌 내가 - 현재의 연령대별 이용률을 미래 연도에 일괄 반영해 추산한 ‘단순 구조 추정값’이지만, 대략의 흐름은 느낄 수 있을 듯하여 게시한다.![]()
5년 뒤, 10년 뒤, 15년 뒤, 20년 뒤에는······
위의 표를 보면, 통계청이 예측한 인구수 및 연령대별 변화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할 때,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 2025년 4,700만여 명,
- 2030년에는 4,577만여 명,
- 2035년에는 4,445만여 명,
- 2040년 4,288만여 명,
- 2045년 4,061만여 명쯤으로 추산된다.(이 변화는 시·도, 권역별로도 추계할 수 있다)
여기에, 현재 인허가 또는 공사 중인 골프장이 대략 18홀 기준 100여 개소임을 감안하여,
현재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에 의하면) 580여 개소인 18홀 기준 골프장이
2030년 630개소, 2035년 680여 개소로 늘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가정하고,
18홀당 연간 평균 라운드 수를 계산하면
- 2025년 81,000여 라운드,
- 2030년 72,600여 라운드,
- 2035년 65,300여 라운드,
- 2040년 63,000여 라운드,
- 2045년 59,700여 라운드로 추산된다.
5년쯤 뒤에는 2017년경 시장 형편으로
국내 골프장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17~2018년경 18홀당 연간 평균 라운드 수가 71,000여 회였다(KGBA 추산 자료). 위 표를 보면, 2030년경에 그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그 이후 공급이 넘치는 환경이 가속 전개되리라 예측할 수 있다.
2030년에 이르기 이전에도 당연히, 골프장 이용 금액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물론 이런 예측은, 시장에 영향을 주는 특별히 다른 변수가 없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한국 골프장들이 정말 ‘폭망’으로 접어드는 것일까.
한국에서 저비용 골프 모델이 성립할 수 있을까.
수요가 감소하는데 골프장 공급이 늘면, 당연히 라운드 비용이 줄고 골퍼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다.
그런데······ 저비용 구조로 변하는 시장에서, 국내 골프장 생태계는 과연 어떻게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해외 골프장 사례를 좀 아는 이들은 흔히 미국과 일본의 예를 든다. 특히 가까운 일본 골프장들이 연간 (18홀 당) 3만~4만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라운드를 소화하면서도 운영·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5만 원 남짓 그린피를 받는 공공 골프장에서부터 백수십만 원 이상의 요금을 내도 입장하기 어려운 명문 코스, 또는 프라이빗 클럽까지 다양하게 운영되는 미국의 골프 환경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미국과 일본 비슷한 골프 환경이 국내에 실현될 수 있을까. 실현된다면 언제, 어떻게,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우선, 기후와 부지 환경의 특수함에 따른 조성·관리 비용의 차이가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평활한 부지가 넉넉한 미국에서는, (필요와 경우에 따라) 한국보다 훨씬 낮은 땅값과 공사비로 코스를 조성할 수도 있기에 금융 비용 부담이 적고, 기후와 토양의 선택 폭이 넓어 기본 관리 비용이 덜 드는 자리에 코스를 만들 수 있으며, Firm & Fast(단단하고 빠른) 코스 관리 철학을 지켜 ‘저 관리 모델’로 운영하기도 쉽다.
그러한 기후 및 부지 환경 덕택에 노 캐디, 워킹 플레이, 플레이어 자조(디봇 모래 채우기 등) 등 저비용 구조 서비스의 보편화도 가능하다.
주로 산악 지형에 조성되는 데다가, 장마철에 강수량이 집중되고 고온다습, 한냉건조 기후가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중위도 몬순 기후대의 한국 골프장들이 따라가기 힘든 환경 조건이다.
그리고, 이렇듯 저비용 골프장들을 지방자치단체 등이 직접 조성하여(Municipal 골프장 2,900여 개) 공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고비용 풀 서비스보다는 코스 상태 유지에 자원을 집중하는 골프장 운영 문화를 이끌고, 골프 비용의 시장 적정 가격 형성에 ‘앵커 역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골프가 사치성 오락이고 골프장이 특혜성 사업이라는 인식이 정부 정책의 밑바탕으로 작용해 온 한국과는 관점부터 다른 환경이다.
일본이 부러운가.
그러면, 우리와 기후 환경이 비슷한 일본 골프장들은 연간 3~4만 명(한국의 절반 이하) 이용객을 받으면서 어떻게 유지할까.
일본 골프장들은 대개 ‘고사하는 시장에서 명을 이어가는 방법’을 어쩔 수 없이 터득해 왔다. (한때 2,500여 개소였던) 거의 모든 골프장이 버블경제 시대에 과잉 공급·완공되었고, 거품 붕괴에 따른 회원제도 붕괴와 파산에 이어 수많은 골프장이 외국계를 포함한 대형 체인으로 흡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요금이 대폭 하락으로 리셋되었으며, 기성세대 골퍼는 줄어들고 젊은 세대를 골퍼로 유입하는 데 실패하는 가운데, (일부 대도시 권역 명문 골프장들을 제외하고는) 상품과 가격을 ‘생존 모드’로 다양화하고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경비 절감하는 노하우로 영업을 이어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코로나 이후 골프장 이용률이 다소 높아지고, 해외 골퍼의 유치, 골프 플랫폼 기업의 통폐합(Heiwa-Accordia)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 추구, 상품과 가격의 다양한 공급 등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이 호전된 곳도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환경이 지속 가능한 골프장 생태계라고 볼 수는 없다.
2002년 2,500여 개소였던 골프장이 2025년 2,150여 개로 줄어들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 코스 수 감축 등의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다만, 운영의 경량화(셀프 플레이, 무인화), 비용 절감 코스 관리 경험 등은 불가피하게 한국 골프가 참조해야 할 현장 선례일 것이다.
골프 업계의 문제인가 공공의 과제인가.
골프장 비용 불만에 대한 논의는 소비자의 원성과 골프장 업계의 볼멘 해명이 오락가락하다가, 골프장 경영진의 양심 회복을 촉구하거나 정부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결론 아닌 결론으로 흐르곤 한다.
이런 논의(요구)는 필요하지만, 본질의 언저리에도 닿지 못한다.
한국에서 골프가 특정 계층의 사치성 오락인지, 또는 중산층의 여가 종목쯤인지, 더 나아가 국민 누구나 즐길 만한 공공복지 차원의 스포츠로 관점을 바꿔서 봐야 할 것인지는 공론장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적 없다. 오랫동안 ‘대중화’라는 명분만 되풀이되었을 뿐이다.
골프가 여전히 사치성 오락이라면, 이용 가격의 불안정(폭등 또는 폭락) 현상이 꼭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랄 수 없다. 하지만 5천만 여명 인구 중 600만 명 이상 골프를 즐기고, 연간 20조 원 이상의 연관 시장이 형성돼 있는 사회에서(한국골프산업백서 2022), 골프 시장의 안정과 지속성은 업계의 이익을 넘은 공공의 과제로 볼 수 있다.
(골프 산업 종사자 수는 17만~20만 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50만여 명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책임진다는 뜻이다 - 문화체육부의 ‘스포츠산업조사’는 2023년 스포츠산업 전체 종사자를 45만 8천 명, 골프장 골프연습장 종사자는 5만 8천 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3만 6천 명 이상의 캐디를 제외한 수치이며, 장비·관광·상거래·개발·패션·인근 식음 등 다양한 생태계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골프 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업종들의 통계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추산해 보니 17만~20만 명이라는 값이 나왔다. GDP를 대입해 역산해도 근사한 수치로 보인다.)
그리고 굳이 설명이 필요하겠는가마는, 스포츠의 사회적 값어치를 시장 규모만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문화 예술이 시장 규모를 넘어 역할하는 것에 못지않은 가치를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가 창출해 왔음을, 한국인들은 역사의 질곡과 극복 속에서 실증적으로 체험해 왔다.
경험하지 못한 변화의 문 앞에서
앞에서 간략히 살펴본 ‘향후 20년의 인구 구성 전망에 따른 골프장 내장객 추산’ 도표의 내용처럼, 국내 골프장을 비롯한 골프 산업의 미래는, 지금까지의 궤도를 벗어난 다차원적 변화 환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의 골프 정책은 50년 넘도록 ‘대중화’라는 ‘양적 지향점’을 세워 덩치를 키워 왔지만, 이제는 대중화를 넘어서 새로운 ‘가치 지향점’을 설정해야 할 시대를 맞았다.
미국 일본 등이 걸어온 길과도 확연히 다른 모델을 스스로 세워나가야 할 환경이다.
나는 지난 두 차례의 기고를 통해 “이미 한국은 골프쯤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의 문 앞에 와 있으며, 한국 골프가 대중화를 넘어 공공성을 지향해야 할 때”임을 말했다. 한국 골프의 발전을 제약하는 생태계적 취약성과 그 원인을 일별하고, 지금부터라도 실행할 수 있는 대안 샘플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두 편에 이은 이번 글까지가, 다음 단계의 대안적 결론을 위한 ‘빌드업’이다.
다음 회차 기고에서는, 한국 골프(장) 산업이 앞으로의 변화 속에서 맞이할 과제를, 전술 레벨 - 전략 레벨 - 경영 레벨 - 사회 레벨 - 정책 레벨 등의 층위로 나누어, 대안 모델을 제안하려 한다.
출처 : 골프산업신문(http://www.golfin.co.kr) 발췌


